
“거짓의 역사가 교실로 숨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다시 또다시 확인하고 점검하겠습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의 충격과 공포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는 순간 참담함과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분명하게 확인하고 다짐했습니다. 올바른 역사교육 없이 민주시민교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고, 우리 학생들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똑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삶을 흔히 목격합니다. 일제강점기 친일의 역사를 단죄하지 못한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의 시작입니다. 친일의 역사는 군사독재로 이어졌고, 독재 권력은 그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친일을 미화하고 역사를 날조했습니다. 시민들의 항쟁은 폭력이 되었고, 민주화운동은 폭동으로 왜곡되었습니다. 며칠 후면 광복 80년을 맞이하지만, 아직도 거짓 역사의 망령들이 곳곳에서 숨 쉬고 있고 조금의 틈만 있으면 숨어 들어오려 합니다.
제주4․3 사건과 여순사건의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논란이 된 리박스쿨 도서와 관련하여 교육 가족과 도민 여러분께 우려를 안겨드려 죄송하고 송구합니다. 이에 세세한 내용을 알려드리고 전라남도교육청의 대책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느 때와 달리 구체적 사실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사안의 엄중함과 교육가족 여러분들의 깊은 우려 때문입니다.
전라남도교육청은 역사 날조 행위를 철저히 배격합니다.
논란이 된 도서는 2020년 6월 초판이 발간되었고, 2025년 4월 개정증보판이 발간되었습니다. 관련 도서 현황을 살펴본 결과 18개 도서관에서 구입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22개 교육청 산하 도서관 중 8개 도서관과, 전남 관내 830개 학교 도서관 중 10개 도서관입니다. 구입 수량은 모두 26권이며, 이용자 대출 회수는 13차례였습니다. 도서 구입은 2020년 7월부터 시작되었고, 지난해 10월 마지막 구입이 이루어졌습니다. 구입한 도서는 모두 초판 발행본이었으며 개정 증보판은 구입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교육감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11개 도서관에서 구입이 이루어졌습니다. 다시 한번 교육가족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구입 사유를 살펴보니 교육청 도서관 8곳 중 7곳은 ‘이용자 희망도서’였고, 1곳은 ‘신간도서’였습니다. 학교도서관 10곳은 모두 ‘기본도서’였습니다. ‘이용자 희망도서’는 도서관 이용자들의 요청에 의해 구입이 이루어진 도서이며, ‘신간도서’와 ‘기본도서’는 교사들이 추천하거나, 담당자들이 다양한 키워드나 추천이 많은 책들을 검색하여 구입한 도서입니다.
학교도서관의 경우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를 거쳐 도서를 구입하게 됩니다. 학교도서관 운영위원회는 일반적으로 교감 선생님이 위원장을 맡고 10인 이내의 선생님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학부모나 독서 전문가 등 외부 위원들도 참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허점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즉각 개선하여 도서 심의를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학문과 사상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시각의 도서가 구입되는 것은 타당합니다만, 역사를 날조하고 왜곡하는 행위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벗어나는 기만행위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방심하면 거짓 역사가 교실로 스며들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만큼 전라남도교육청은 역사 날조 행위를 철저히 배격하고 차단하겠습니다.
논란이 된 도서는 지난 7월 10일 곧바로 공문을 시행하여 폐기 조치하도록 하였습니다. 현재 모든 도서는 자료 검색이 되지 않는 상태이며, 서가에서 완전히 제외하였습니다. 폐기 행정절차만 남겨 둔 상태입니다. 행정절차도 신속하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철저한 조사로 한 치의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교육가족 여러분의 또 다른 우려는 2020년 발간 당시 4명의 선생님이 추천사를 작성했다는 것입니다. 이중 한 분은 퇴직하셨고, 한 분은 현재 교사로 계십니다. 한 분은 명예퇴직 이후 기간제 교사로 재직 중이고, 한 분은 방과후 강사입니다. 확인 결과, 2020년 추천사 작성 당시 이분들이 근무했던 학교에는 해당 도서가 비치되지 않았고, 현재 재직하는 학교에도 전혀 비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가족과 학부모님들의 우려가 크시리라 생각됩니다. 전라남도교육청은 이분들의 추천사 작성 경위와 대내외 활동에 대해 꼼꼼하게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념 편향 교육은 하지 않았는지, 대외적으로 위법행위는 없었는지 등 과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조사 하겠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학생들을 위한 올바른 교육과 교육 가족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분들도 우리의 소중한 교육가족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 교육가족 여러분께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아무것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녀사냥처럼 이분들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위를 살펴봐 주십시오. 전라남도교육청의 꼼꼼한 조사를 믿어주십시오.
또한 도서 구입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도서 심의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최소한 역사 관련 도서만큼은 외부 위원들이 함께 심사하여 왜곡된 역사가 교실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점검하겠습니다. 또한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 의식관련 연수도 확대해 가겠습니다.
전남의 義 정신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틀이 되게 하겠습니다.
전라남도교육청은 이 논란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2월 공문을 통해 학교도서관의 도서 심의 기준 강화 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국가와 사회 존립의 기본체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도서는 심의를 통해 학교도서관 소장 도서에서 제외하도록 한 내용입니다. 이 조치에 따라 이번에 논란이 된 도서는 즉시 폐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남교육청은 나쁜 역사의 흔적이 교실로 스며들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그리고 의정신을 기반으로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여순사건의 진실에 조금 더 다가서게 하고, 전남 교육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더 감싸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지난 12․3 비상계엄이 일어난 후에는 우리나라 비상계엄 1호인 ‘여수․순천 10·19’, 그리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와 관련된 헌법 자료를 만들어 학생 교육에 나서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헌법교육과 전남 의(義)교육을 위해 헌법교육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남의 의정신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틀임을 자랑스러게 여기고 우리 학생들의 긍지를 높이겠습니다.
여러 가지 논란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제 임기 이전에 발생했던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개선하고 바꿔 가겠습니다. 특히 마음 상하셨을 여순사건 유가족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조속히 찾아뵙겠습니다.
2025년 8월 3일
전라남도교육감 김 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