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서울 주요대학 중심으로 대학입시에서 정시모집 비율을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비율과 적용 시기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 당·정·청은 11월까지 일선 시도 교육청 및 대학과의 협의를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특수목적고)의 경우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확대 시기와 맞물려 일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한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취업하고 대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고졸취업을 활성화하는데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오전 11시4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교육장관회의) 결과를 이 같이 발표했다.
◇정시 확대비율 미공개로 원점…대학·교육청 등 의견수렴부터
유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 모두 교육이 부모의 경제·사회적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국민들의 상실감과 좌절감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으로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교육개혁 출발이라는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의 힘이 자녀 입시와 취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반영되도록 제도 전반을 손질하겠다”면서 “고등학교와 대학 진학, 첫 직장 입직 단계의 차별과 불평등한 부분이 없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공동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시모집 비율과 적용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 부총리는 “이미 작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위주 정시전형 선발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서울 주요대학 중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학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오늘 회의에서) 비율이 구체적으로 얘기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서울 소재 대학의 학종 비율이 줄어들더라도 지역균형 선발과 기회균등 선발 비율은 줄어들지 않도록 각별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정시선발 비율 최저치를 30%에서 더 올릴 계획에 있느냐’는 질문에 유 부총리는 “최저점을 올리는 것은 아니고 상향 비율을 논의한다”며 “비율과 시기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시비율 법제화와 관련해선 “우리가 정시비율을 높이고자 하는 대학들이 전국 모든 대학이 아니고 국민 불신을 받고 있는 학종 전형이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대학”이라며 “법제화 한다는 건 모든 대학에 제도적으로 강제한다는 의미여서 우리가 추진하는 방향과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2028 대입개편 준비
정부는 11월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제고방안을 함께 발표한다. 교육부는 13개 대학에 대한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오는 11월 첫주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오는 30일에는 구체적인 고교서열화 해소방안과 일반고 역량강화방안도 발표한다.
유 부총리는 “학생부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비교과영역 중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과감하게 손질할 것”이라고 큰 틀을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학종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 등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정성 제고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바 있다.
교육장관회의에선 자사고·특목고를 오는 2025년을 기해 일괄 폐지하기로 했다. 다음달 중 발표하기로 했던 폐지 방식을 미리 앞당겨 공개한 것이다.
유 부총리는 “우수한 인재를 먼저 선별하고 학생을 구분짓는 교육으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가 없다”면서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으로 치우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학년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새로운 입시제도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2028학년도 입시제도 개편 준비에 착수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학생 진로와 역량중심교육 강화, 미래교육 교사 연수 개선, 최첨단 미래형 교육환경 구축 등 일반고 역량 강화 및 질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범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과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 채용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유 부총리는 “고졸취업 활성화는 청년 첫 입직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는 현재보다 더 많은 예산과 자원을 투입해 고졸취업이 눈에 띄게 활성화되도록 범 부처적으로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면서 “중소기업 재직 후 대학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하도록 지원하고, 기업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장려금 지원과 실습 학생 안전·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추가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장관회의에는 유 부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학종 위주의 수시 전형은 성적일변도의 평가에서 벗어나 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발한다는 제도의취지에도 불구하고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서울 주요대학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교육이 공정하지 않다는 국민의 냉엄한 평가를 회피하고 미래로 가는 교육 혁신을 얘기할 수 없습니다. 공정한 교육제도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 이 시기 가장 중요한 교육 개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 장관들에게 범부처 협력을 통해 ▲학종 실태조사에 따른 공정성 제고 ▲고교서열화 해소 ▲일반고 역량 강화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과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을 위한 우수기업 인센티브 확대 ▲선취업 후진학 지원 확대 ▲채용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