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6일,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심사를 보류했던 「광주외국인학교 내국인 입학 완화 조례안」(이하 ‘외국인학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외국인학교 조례안은 ▲외국 거주 3년 이상 등 내국인 요건을 폐지하고 ▲내국인 입학 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한편, 초·중·고 내국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외국인학교 조례안에서 유아의 입학을 제외하였지만, 이 조례안은 사실상 “유아기에 사교육을 통해 영어 실력을 갖추고 오라”는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월 100만 원 이상에 달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속칭 영어유치원)을 비롯한 영어조기교육 시장을 더욱 확대시키며, 사교육 의존을 심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결국 외국인학교 입학이 ‘사교육 투자 성과에 대한 평가’로 변질되고,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 기회를 결정짓는 불평등을 낳게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조례안은 외국인학교의 본래 설립 목적인 외국인의 정주 여건 마련에 부합하지도 않거니와 외국인학교를 ‘고소득층 내국인 자녀를 위한 귀족학교’로 만들어 지역교육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다.
광주외국인학교의 연간 학비는 약 2천만 원에 달하며, 각종 납부금을 포함하면 일반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러한 고비용 학교의 내국인 입학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특권과 불평등 교육의 문을 열어, 힘들게 지켜온 우리 교육의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미 내국인 입학 규제를 완화한 대전외국인학교의 사례는 이러한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2025년 9월 기준 대전외국인학교 재학생 중 내국인은 257명, 외국인은 140명으로 내국인 비율이 64%를 넘어섰다.
‘무늬만 외국인학교’로 변질된 현실을 뻔히 보면서도, 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가 이 같은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자립형사립고 폐지와 외국어고 설립 포기 등, 그간 특권학교 해소 및 평준화 교육 유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실제로 10월 16일 회기에서 부교육감은 이번 조례안에 대해 사교육 조장, 영어몰입교육 등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가 시민사회와 교육행정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조례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오는 10월 24일 열릴 본회의에서 광주시의회 의원들이 시민의 상식과 교육의 정의를 대변하길 바란다. 소신 있는 의원들이 반대토론에 나서 본 조례안을 반드시 부결시켜야 한다.
만약 시민의 뜻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 10. 23.
광주교육시민연대
(광주YMCA, 광주YWCA, 광주교육연구소, 광주대안교육협의회,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광주청소년정책연대, 광주참교육학부모회,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광주흥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