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봉사-기록이 결합된 학생 주도형 지역 연계 교육 실현
“학생들이 이렇게 와서 벽에 그림을 그리니, 조용한 우리 골목에 활기가 돌아 좋네.”
(김○○ 할머니, 구교리 마을 주민)
5월의 구교리 마을 골목은 모처럼 어르신들과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활기와 함께 골목 곳곳은 거대한 매화나무, 신명 나게 노는 풍물놀이 패, 강강술래 등 마을의 역사와 온기가 담긴 벽화로 채워진다.
해남고등학교는 지난 한 달여간의 ‘지역과 함께하는 벽화 재능나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6월 25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술부, 봉사동아리(온새미로), 방송부가 지역 작가인 김우성 화백, 구교리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협동하여 추진한 학교-지역사회 연계 예술 교육활동이다.
◇ 마을을 캔버스로, 학생의 순수함과 지역민의 애향심을 물감으로
벽화 작업은 단순한 미술 활동을 넘어, 학교와 지역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작은 질문에서 출발했다.“마을의 이야기를 어떻게 벽에 담아볼까?”학생들은 김우성 화백의 지도를 받으며 마을 주민들과 협의하고, 구전으로 전해지는 구교리의 전통과 기억을 듣고 기록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붓질하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했고, 많은 나이 차에도 함께 작업한다는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어요.”(한승수, 미술부 회장)
◇ 협업과 성장의 시간
본 프로젝트에는 미술부, 봉사동아리(온새미로), 방송부가 동아리 간 경계를 넘어 하나의 팀으로 참여했다. 미술부는 디자인과 채색, 봉사동아리는 주민과의 협력과 보조 작업, 방송부는 프로젝트 기록과 인터뷰 영상 제작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학생들의 모습에 마을 어르신들도 자연스레 붓을 함께 잡았다.
“학생들이랑 이렇게 같이 벽에 그림을 그릴 줄 누가 알았겠어. 우리 마을도 젊어지는 것 같아.”(박○○ 할머니, 구교리 마을 주민)
방송부는 벽화 작업 전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고 마을 이장과 작가, 학생들을 인터뷰했다. 제작된 다큐멘터리는 해남고 유튜브 채널에 게시될 예정이다.
“벽화 작업을 통한 결과물보다 더 소중한 건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가까워졌다는 경험이에요.”(김태형, 방송부 회장)
◇ 교실 밖의 배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학교
해남고등학교는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로서,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번 벽화 프로젝트 역시 지역과의 연계 활동의 일환으로 해남고의 교육비전인 지덕노체 함양을 통한 포용력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 양성의 정신을 잘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활동은 해남고가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학생들이 ‘삶과 교육’을 연결하는 기회를 제공한 중요한 실천이었습니다.”(해남고등학교장)
지역작가 김우성 화백은 “학생들의 창의적 에너지가 마을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교육과 지역이 함께할 때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경의 구교리 이장은 “학생들이 와서 마을에 활기를 넣어주었고, 서로 배우고 소통하는 좋은 시간이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한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