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이른바 SKY 대학을 비롯해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3학년도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비중을 40% 이상 확대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나 논술위주 전형 쏠림이 모집인원 45%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이 대상이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해 ▲건국대 ▲경희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 포함됐다.
부모 영향력이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교과영역과 자기소개서는 2024년 완전히 폐지하고, 면접은 물론 서류평가까지 블라인드 평가를 확대한다.
◇정시 40% 이상 제시…국고사업 연계 유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시 확대는 올해 559억원이 투입된 국고사업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해 확대를 유도한다. 교육부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도에도 정시전형 40% 이상을 적용하도록 조기달성을 유도하기 위해 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정시 확대 비율로 ‘40% 이상’을 제시한 이유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공론화 당시 국가교육회의권고내용을 참고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당시 국가교육회의는 “시민참여단 응답자 평균적으로 적절하다고 본 수능 비율을 약 39.6%였다”며 교육부에 정시 확대를 권고했다.
SKY 등 서울 16개 대학이 수능위주 정시전형을 40%까지 늘릴 경우 정시로 대학에 가게 될 학생 수는 2021학년도 기준 1만4787명에서 2만412명으로 5625명(38%) 늘어나게 된다.
교육부는 특히 16개 대학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특수목적고(특목고) 등 외부 영향력이 컸던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을 폐지하고 정시전형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논술전형은 올해 1만1162명(3.21%), 특기자 전형은 3935명(1.13%) 수준이다.
16개 대학 중 서울대는 학종 비율이 78%로 가장 높았으며, 연세대는 학종과 논술 비율이 59%, 고려대는 학종 47.5%를 차지했다. 학종 비율이 가장 낮은 한국외대는 46%였으며, 서울시립대는 46.2% 수준이었다. 학종으로 100% 선발하는 포항공대는 학종실태조사 대상으로도 분류됐지만 지역 대학이라는 이유로 빠졌다.
서울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숭실대, 서울여대 등 5개 대학을 제외한 11개 대학은 논술 전형으로 10% 이상 선발하고 있기 때문에 2년에 걸쳐 이를 정시로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논술 전형을 운영하지 않는 서울대와 고려대의 경우 학종 또는 학생부교과전형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중·장기적으로는 미래교육을 담아낼 새로운 수능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는 현재 초등 4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에 전면 시행된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교육을 받기 때문에 평가방식과 입시도 변경돼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부터는 논술·서술형 문항을 도입하거나,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로 변형하는 등의 방식을 검토한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정책연구를 통해 이번 정부 내에 관련 시안을 내놓기로 했다.
◇학생부 자·동·봉·진 중2부터 미반영…자소서도 단계적 폐지
교육부는 또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 영역은 대입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이른바 ‘자·동·봉·진’은 4년 사전예고제에 따라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대입에서 반영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는 기재금지사항의 검증을 강화하고, 문항과 글자수는 2022~2023학년도에 4개 문항 5000자에서 3100자로 축소한다. 2024학년도에는 완전히 폐지한다. 교사추천서도 2022학년도부터 폐지하고, 현 고2가 입시를 치르는 2021학년도부터는 기재금지사항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원의 평가·기록 역량을 강화하고, 비위에 대해선 엄정 조치한다.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기재를 주요과목부터 단계적으로 필수화하고, 2020년에는 기재 표준안을 현장 보급하기로 했다.
◇고교프로파일 전면 폐지…서류도 블라인드평가
교육부는 대학입시 평가과정에서 출신고교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2020년부터 고교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하기로 했다. 대학에 전송하는 출신고교 정보인 ‘고교프로파일’을 전면 폐지하고, 서류와 면접 모두 블라인드 평가를 적용할 방침이다.
수험생들이 평가기준을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도록 대입 평가기준 공개를 강화한다.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함께 평가기준 관련 표준 공개양식을 개발해 대입정보포털을 통해 일괄 제공하고, 모집요강에 평가기준 공개 의무화를 추진한다. 평가항목과 배점, 평가 방식과 기준을 구체화하고, 세부평가단계도 공개한다.
또한 교육부는 지원자 1인당 공평한 평가시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대교협과 함께 적정 평가시간을 마련키로 했다. 평가자별 평가시스템 접속기록 10년간 보존하도록 유도한다.
교육부가 지난달 실시한 학종 실태조사를 통해 발견했던 공정성 관련 사항을 주기적으로 감사할 방침이다.
종합감사를 통해 대입 공정성 강화 관련 전형 관련 절차를 마련하고 준수했는지,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 기재금지 사항을 위반·표절했을 경우 적절하게 처리했는지, 교직원 자녀 전형과정에서 회피·배제가 이뤄졌는지,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등의 내용을 살펴 부정한 사례가 적발될 경우 처분하기로 했다.
특히 대학 교직원 자녀 회피·배제의 경우 재검증과 사후검증을 의무화한다.
평가과정에서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고교 교사나 교육청 관계자, 교육전문가 등 외부 공공사정관의 평가 참여를 보장하고, 면접 등 평가과정을 녹화해 보존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한 면접관이 2년 연속 같은 모집단위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것도 금지한다. 내년에는 퇴직한 입학사정관이 사교육업계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취업제한 규정 실효성을 확보하는 제재 규정을 신설한다.
각 대학이 정시나 학종 등 전형마다 고교유형과 지역별 선발결과와 신입생 국가장학금 소득구간별 수혜율을 공시하도록 2020년 상반기 교육기관정보공개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
유 부총리는 “이번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지난해에 진행한 대입공론화 결과를 존중했고,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크게 바꾸지 않고 보완하는 안”이라며 “교육현장과 학부모 및 국민적 요구를 수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입제도를 어떻게 선거에 이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겠느냐”면서 “시기적으로 내년에 총선이 예정돼 있지만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