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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통해 본 고교 3학년 시험지 유출 경위는

 

경찰 수사로 광주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학부모가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어떻게 유출했는지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17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광주 모 사립고교 행정실장 A(58)씨는 학교운영위원장 겸 학부모 B(52·여)씨를 지역 한 카페에서 만났다.

 

A씨는 B씨와 카페에서 30분간 대화를 나눴으며, 이 과정에 B씨로부터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쪽지를 받았다.

 

A씨는 ‘고3 아들의 내신 성적을 올리고 싶다. 시험지를 빼달라’는 B씨의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다음 날인 지난 2일 오후 5시30분께 동료들이 퇴근한 사이 행정실 내 통합열쇠함에서 꺼낸 열쇠를 이용, 인쇄실(등사실)에 들어갔다.

 

이어 인쇄용지 상자 더미 위에 놓인 이과 9과목(기말고사 전체 응시 과목) 시험지를 빼돌려 행정실에서 복사했다.

 

같은 날 오후 6시30분께 지역 한 이면도로에서 만난 B씨에게 시험지 사본 42장을 건넸다.

 

B씨는 ‘자택에서 컴퓨터로 시험지 사본 내용을 편집해 예상문제집(기출문제)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 예상문제집을 ‘족보’라고 칭하며 아들에게 전달했다. 이후 시험지 사본을 대부분 파쇄했다.

 

하지만 B씨 아들은 교육청 감사에서 ‘과외 교사에게 기출문제를 받았다’며 어머니와 다른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아들은 기말고사(7월 6일~10일) 전 동급생에게 ‘기출문제’를 보여줬고, 서술형 문제까지 똑같이 출제된 사실을 알게된 동급생들이 지난 11일 학교 측에 유출 의심 신고를 했다.

 

학교 측은 자체 조사 뒤 A·B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B씨는 중간고사 일주일 전인 4월 16일~20일 사이 카페에서 만나 같은 방법으로 9과목 시험지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아들이 1학년 때 운영위원을, 3학년인 올해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B씨는 올해 4월과 6월 중 학교 발전기금을 냈다.

 

B씨는 학교 이사장 부인과 동문으로, 모임을 하며 평소 친분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지난 11일 오후 이사장 부인과 1차례 이상 통화한 내역을 확인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학교 측이 시험지 유출 사건 신고를 받은 날 B씨와 이사장 부인이 통화한 정황이 드러난만큼, 몇 차례 통화에서 어떤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향후 경찰 수사에서 밝혀져야할 대목으로 보인다.   

 

B씨는 경찰에 “포장·봉인되지 않은 학교 측의 허술한 시험 관리 체계를 알고 A씨에게 시험지 유출을 제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두 차례나 전 과목 시험지가 유출된 배경에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 또 다른 공모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한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A·B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통신·금융 거래 내역 등을 정밀 분석해 정확한 공모 동기와 추가 범행 여부도 밝힐 계획이다. 
 
또 정년을 2년 앞둔 A씨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한 점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윗선의 지시, 개인적 친분, 또다른 경제적 이익, 퇴직 뒤 일자리 보장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해당 학교는 유출된 문제로 시험을 치른 B씨 아들을 자퇴 처리하고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기말고사 9개 전 과목에 대한 재시험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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