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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중·고교생 거부감 커져…과도기 해법 있나

고등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돼 2025년 모든 고등학교에서 전면 시행될 예정이지만 2025년 이전에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들 사이에서는 막연한 거부감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입시제도와 내신 상대평가 방식이 그대로인데 반해 수업방식만 바뀐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사항이다. 이 때문에 당장 내년도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입학을 꺼리는 학생들도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선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등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트위터 아이디 @yo_***는 “어차피 수능 점수대로 줄 세워서 대학 보내면서 왜 서로 피곤하게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를 흉내를 내냐”며 “그런 분위기는 중졸도 고졸도 어느 정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3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jyh***는 “1~2학년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신 1등급 1명, 2등급 1~2명 수준이라 결국 사람 많은 곳 찾아가기 위한 눈치싸움이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_re***는 “우리 고등학교 가면 우리가 시간표 꾸리고 학점 받는대”라며 “살려줘, 이거 학점 도달 못하면 진급 못한대”라고 충격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반박도 있었다. 현재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에 다닌다는 고등학생은 “수학 싫다고 수학 안 듣는 게 아니라 큰 틀은 정해져있고 시간도 맞춘다”며 “출석일수만 잘 채우면 진급은 다 한다”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늘려 다양한 특성과 소질을 기르기 위한 수업방식이다. 한편으로는 2025년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국제고를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일반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 중이다.  코로나19로 활성화된 원격수업이나 학교·지역간 협동수업도 가능해진다.

 

전면시행 원년인 2025년 입학할 학생들부터는 새로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등이 적용될 예정이지만 이전에 입학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 수능 체제 개편은 2024년, 성취평가제는 2023년에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모두 차기 대통령선거 이후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내 발표할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에 담길 내용은 개괄적인 수준이라 볼 수도 있다”며 “대학입시 등 평가는 민감한 내용이어서 예정대로 내신 성취평가제는 2023년, 대입 개편은 2024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2025년 고1이 되는 현 초5 이하가 아니라면 고교학점제에 맞는 평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2022~2024년 입학하는 현 초6~중2 학생들의 경우 일부 고교는 기존 수업방식, 또 일부 고교는 고교학점제로 수업을 듣는 과도기가 발생하게 된다. 

 

올해 마이스터고 51개교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됐으며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 208개교와 일반고 524개교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운영 중이다. 2022년부터 특성화고와 일반고 일부, 경기도교육청은 모든 고교를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정해 미리 새로운 수업방식을 운영할 예정이다.

 

교원들도 대학입시 등 평가 개편 없이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7월 공개한 고등학교 교원들의 고교학점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54.9%가 과목 선택권 확대에 반대했다. 반대 의견은 “대입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는 이유가 31.25%로 가장 많았고 “진로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학생들이 많고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응답이 25.6%였다. 

 

이 설문에서 고교학점제 연계 대입제도 개선방안 중 수능을 전과목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69.9%로 나타났으며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71.7%로 집계됐다.  

 

특히 교육부가 2023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 주요 16개 대학이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을 40%까지 늘리도록 한 만큼 고교학점제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전교조는 이 인식조사와 관련해 “준비 없이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교육선진국처럼 학생 개개인의 차이에 대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개별화된 지도를 실시할 충분한 인력과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등 평가체제가 지금처럼 유지되고 수업방식이 바뀐다는 과도기가 있기는 하지만 과목선택권은 확실히 늘어나게 된다”며 “실제 연구·선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만큼 과도기에 있는 중학생들의 반응을 더 살피고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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