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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가에서 교목까지’ 광주교육청, 친일 잔재 첫 전수조사

 

 

광주 교육 현장 곳곳에 친일 잔재물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광주시 교육청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친일 잔재 청산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문가그룹으로 테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교가는 물론 교기(校旗)와 교목(校木), 기념비에 이르기까지 친일 흔적을 빠짐없이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공감대 형성과 절차상, 방법상 어려움도 적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금명간 ‘광주 친일 잔재조사 및 청산 TF팀’을 구성해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키로 했다. TF팀은 10명 안팎으로 민족문제연구소, 역사교사모임, 광복회, 광주시, 대학과 일선 학교 관계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TF팀은 교육청과 단위 학교 차원의 청산계획 수립과 지원, 자료 수집·분석·정리, 보존·활용 방안 마련, 관련 컨설팅과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다음달 중으로 교가와 교표, 교기, 교목 등 학교 상징물은 물론 기념비나 시설 등에 대한 1차 기초조사를 마친 뒤 3월부터 8월까지 구체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또 각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버 학교역사관’에 친일 잔재 관련자료를 게시토록 할 계획이다. 

 

특정 인물이나 상징물 부각 차원에서 벗어나 친일 관련 자료 수집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학교 상징물들의 경우 교육공동체 간 협의로 변경하고, 친일 잔재 기념비와 건축물, 동상 등은 존치시킨 뒤 ‘다크 투어리즘’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시 교육청의 친일 잔재 청산은 지난 2016년 친일 인사 김백일(일본식 이름 가네자와 도시미나미·1917∼1951)의 이름을 따 논란이 된 백일초의 교명을 성진초로 개명하는 등 주로 파편적으로 이뤄져 왔으며 전수조사나 다름없는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통한 청산작업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당국의 ‘친일 흔적지우기’는 광주시 의뢰로 광주교대 산학협력단이 진행해온 친일 잔재 조사용역 결과와 역사교육 활성화 조례 등을 근거로 이뤄질 예정이다

 

친일 잔재 조사 용역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광주·전남 출신 친일 인사 156명(광주 13, 전남 143)의 행적과 잔재물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향후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해 7월27일부터 150일 간 진행됐다.

 

용역 결과, 일제강점기 전후에 만들어진 각급 학교 교가 중 전남대사대부고, 숭일중·고, 서강중·고, 금호중앙중, 금호중앙여고, 대동고, 동신중·고, 광덕중·고, 광주일고 교가가 현제명·김동진·김성태·이흥렬 등 친일 작곡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제명은 일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을 지지하는 가요를 작곡하고 ‘조선음악협회’를 통해 친일음악에 앞장섰고, 김동진은 일제가 만든 ‘괴뢰만주국 교향악단’에 입단, 연주자 겸 작곡가로 활동하며 일제 침략을 찬양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태 역시 조선음악협회에서 활동하며 일제 식민통치에 기여했고, 이흥렬은 같은 협회 소속으로 일제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국민가요를 보급하는데 일조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실태 조사와 변경 과정에서 졸업생과 동창회, 학부모, 학교법인 등 각 구성원들의 공감대와 적극적인 지지를 원만하게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변경 과정에서 일부 갈등도 전면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또 구체적인 근거자료가 아예 남아 있지 않거나 사료적 가치가 있음에도 오랜 기간 방치돼온 기록과 물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증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과 연계해 독립운동과 식민 잔재 청산에 대한 국민적 호응을 유도하고 민주·인권·평화 도시로서의 위상을 바로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덕중·고 학교법인 측은 친일음악가가 교가를 작곡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자체 TF팀을 만들어 교체작업에 나섰다. 또 조만간 열릴 졸업식에서는 교가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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