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고등학교 현장실습을 둘러싸고 교육 당국과 기업 모두 딜레마에 빠졌다.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이 폐지되고 안전기준이 최우선시되면서 취업률과 참여기업수, 취업지원관 채용은 모두 급감하거나 더디기만 하다.
‘학습’과 ‘실습’을 놓고 정책의 무게중심이 오락가락하면서 빚어진 일로, ‘안전’과 ‘청년 일자리 ‘, 여기에 ‘노동인권’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부 차원의 묘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최근 3년 간 직업계고 현장실습 참여 현황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 모두 해마다 참여기업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광주는 2016년 1067곳에서 2017년 477곳으로 줄더니 지난해엔 301곳에 그쳤다. 전남 역시 같은 기간 2367곳, 1114곳, 619곳으로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광주·전남 통틀어 3400여 곳에 이르던 것이 2년 만에 1000곳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참여기업수는 2016년의 20%대(광주 28.2%, 전남 26.1%) 수준이다.
참여학생수 역시 광주가 2016년 2079명이던 것이 지난해 676명으로 3분의 1 토막 났고, 전남 역시 4529명에서 1421명으로 급감했다.
취업지원관 제도도 기대 이하다. 교육부가 내년까지 전국적으로 취업지원관 1000명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정작 채용된 취업지원관은 439명에 그쳤고 이 중 정규직은 165명에 불과했다. 광주와 전남은 각각 목표치가 25명과 73명에 이르지만, 실제 채용된 인원은 광주 10명, 전남 2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정규직은 광주 1명, 전남 2명 뿐이다.
현장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취업률로 반영됐다. 광주의 경우 직업계고 취업률이 2017년 76.7%에서 지난해 52.5%로, 무려 24.2%포인트나 줄어들면서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전남 역시 같은 기간 8.8%포인트 감소했다.
이를 두고 교육 현장에서는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을 1차적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부터 고졸 취업 유도정책을 추진하고 2010년에는 전국적으로 마이스터고 21개 학교를 개교했다. 또 2012년에는 모든 전문계고를 특성화고로 통합, 현장실습을 통한 조기 취업에 올인했다.
그러다 2017년 1월 전주 LG유플러스고객센터 실습생 사건과 같은 해 11월 제주 음료공장 현장실습생 사망 등을 계기로 현장실습은 취업 중심에서 학습 중심으로 제도가 변경됐으나, 참여 기업과 학생수 감소와 취업률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정부는 다시 1년 만에 취업 활성화형 현장실습을 부활했다.
관련 예산도 확대했다. 일·학습 근로기간이 끝난 학습근로자가 일정 수준의 평가에 합격하면 국가자격을 주는, 산업 현장 일·학습병행 지원법 또한 마련했다. 교통비 등 월 20만원이던 기존 실습수당을 최저임금의 70% 이상, 즉 100만원 수준을 지급토록 매뉴얼도 각 학교에 배포했다.
그러나 노동인권단체 등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이 아닌 땜질식 처방이고 노동자가 아닌 기업중심 현장실습인 데다 안전망도 미흡하고, 부적격 업체를 솎아낼 장치도 견고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기를 들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갈 지(之)자 행정과 함께 중소기업의 실습 여건 부족 등을 들어 체계적인 현장실습과 함께 학생들의 안전 보장, 근로자성 회복, 노동인권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춘 입체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지역 직업계고 관계자는 “실습이냐, 학습이냐, 취업 중심이냐 안전이 우선이냐 등 이분법적 사고에서 정책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혼선만 가중되고 정작 취업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정책을 펴낼 때”라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 조승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성화고와 종합고에 대한 교육당국의 세밀한 대책과 함께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한 취업지원관 제도의 정착을 위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