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때문에 마음이 흐트러지기도 했지만 평소 실력대로 치르고 오겠습니다.”
23일 오전 경북교육청 수능 제80지구 제6시험장인 포항제철고등학교에서 만난 송규진(18)군은 “수능준비를 충분히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5.4규모의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이날 오전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경북 포항시 각 고사장에서는 수험생들과 이들을 태운 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포항지역은 평소보다 춥지 않은 날씨였지만 지난 15일 발생한 5.4규모의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미뤄져 수험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다행히 밤새 큰 여진이 없어 수험생들이 예비고사장 등으로 이동하는 긴급상황은 없었다.
수험생들은 교복이나 가벼운 체육복을 입고 한 손에는 도시락과 방석 등을 든 채 각 시험장 교문을 들어섰다.
수험생 대부분은 긴장한 가운데 교문 앞에서 응원해 주는 교사와 후배들의 낯익은 얼굴을 본 뒤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수험생들의 응원을 위해 시험장을 찾은 자원봉사자 등은 교문 앞에 부스를 꾸리고 커피, 녹차 등의 따뜻한 차를 건네며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도왔다.
고사장 앞에서 자녀들의 손을 꼭 붙잡으며 “잘하고 와”, “편한 마음으로 다녀와”라며 격려하는 학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포항제철중학교에서 수능을 치르는 유모(18)군은 “어젯밤에 좋은 꿈도 꾸고 잘 자 아직까지는 긴장되지 않는다”며 “시험장에 입실해야 떨릴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고사장으로 향하던 포항예고 김주안(18)군은 “지진 때문에 며칠 동안 집중이 되지 않았다”며 “일주일의 시간을 더 얻은 만큼 떨지 않고 열심히하고 오겠다”며 웃어보였다.
외출이나 휴가기간을 이용해 수능시험을 보러온 군인도 눈에 띄었다.
전투복 차림으로 고사장에 온 이준혁(23)씨는 “수능을 보기 위해 휴가를 나왔다”며 “떨리기도 하지만 좋은 결과를 내고싶다”고 했다.
고사장 앞에는 자녀들을 보낸 뒤에 차마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학부모와 각 학교 교사들도 보였다.
교문 앞에서 수험생 한명 한명을 끌어 안아주던 포항 중앙고 교사 정대법(40)씨는 “지진 탓에 수능이 일주일 미뤄졌지만 학생들이 준비를 잘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내가 수능을 볼 때 부모님 생각이 들어 더욱 애틋하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시험장을 찾은 학부모 권성만(50)씨는 “아이 배웅을 왔는데 시험장을 향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괜스레 눈물이 났다”며 “본인이 준비한 만큼 잘 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교통경찰과 모범운전자회 등은 교통정리에 나서 교통체증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입실시간에 쫓긴 일부 학생들이 택시를 타고오거나 순찰차를 타고 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편 교육당국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수능상황실과 고사장의 연락체계를 구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경찰 등도 현장에 투입돼 수험생 안전 확보에 나섰다.
경북도 수능상황본부는 “수험생들이 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