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통합교육청 출범을 앞두고 조직개편안이 발표되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이하 전교조)는 통합교육청 출범이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자치와 학교 지원 기능을 강화하며, 미래 교육체제를 새롭게 설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안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보다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 교육주체와의 소통 없는 개편
조직개편 과정에서 교원, 교육전문직원, 일반직 공무원 등 교육청 구성원은 물론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식적인 논의 구조와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 조직개편은 몇몇 사람의 판단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특히 전남·광주 통합은 서로 다른 교육행정 문화와 운영체계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인 만큼, 구성원과의 충분한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 정작 보이지 않는 ‘학교 지원‘ — 조직개편의 본질이 빠졌다
현재 학교 현장은 교사 정원 감축, 수업 및 업무 부담 증가, 학생 생활지도, 학부모 민원 대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교육활동 침해, 악성 민원,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체험학습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까지 교사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직개편안에서는 학교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얼마나 강화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교권보호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전담 지원체계, 악성 민원 대응 시스템, 갑질·직장 내 괴롭힘 예방·해결 체계, 체험학습 안전·법적 책임 지원 체계 —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조직도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학교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교육청이 함께 책임지고 지원하는 체계이다. 교사가 수업과 생활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부담을 줄여주고, 교육활동 침해로부터 보호하며, 민원과 갈등을 학교가 아닌 교육청이 함께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지금 조직개편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 본청은 강화되는데, 분권은 어디에 있나
그동안 교육행정은 본청의 정책 기능은 강화하되 집행 권한은 지역교육청과 학교로 이양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본청은 슬림하게, 지역교육청은 학교 지원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최근 교육행정 개혁의 핵심 기조였다.
그런데 이번 개편으로 본청에는 재정전략, 조직기획, 정책기획, 대외협력 기능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이 신설되어 통합 행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통합교육청의 본청 위상과 기능이 한층 강화되는 흐름인 것이다. 반면 통합 이후 교육행정의 관할 범위는 더욱 넓어졌음에도, 의사결정 구조는 여전히 본청 중심에 머물러 있다. 본청은 커지는데 지역교육청과 학교의 권한은 그만큼 넓어지지 않고 있다.
- ‘1단계‘라면, ‘2단계‘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도교육청은 이번 개편을 통합 초기의 행정 공백을 줄이기 위한 1단계 조치로 설명하고 있고,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 기존 체계를 유지하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분권과 학교지원 강화라는 본질적 과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1단계의 방향만 있고 2단계의 약속이 없다면, 통합은 행정 통합에 머물 뿐 교육자치 확대로 나아가지 못한다.
전남·광주 통합교육청은 행정 통합을 넘어 교육자치의 새로운 모델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본청 중심의 조직 확대보다 지역교육청 권한 강화와 학교 지원 기능 확대가 우선되어야 하며,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분권형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전교조는 향후 추진될 조직진단과 기능 재설계 과정에서 다음 사항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 교원·교육전문직·일반직 공무원 등 구성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논의 구조를 마련할 것.
- 본청 기능을 슬림화하고 지역교육청 권한을 확대하는 분권형 체계를 구축할 것.
- 교사 행정업무 경감과 학교 지원 기능 강화를 조직개편의 핵심 목표로 설정할 것.
- 교권보호, 교육활동 보호, 민원 대응, 갑질 근절, 체험학습 안전지원 등 학교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
- 통합교육청의 철학과 비전을 현장과 함께 수립하고 교육주체의 의견을 반영할 것.
통합교육청의 성공은 조직 규모가 아니라 학교 현장의 신뢰에서 시작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교육청이 아니라 더 가까운 교육청이다. 행정 통합을 넘어 학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교육청, 권한을 나누고 책임을 함께하는 교육청, 현장의 목소리로 움직이는 교육청이 되어야 한다.
전교조는 통합교육청이 학교 지원과 교육자치의 새로운 모델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 나갈 것이다..
2026년 6월 1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