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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물러가라” 외친 초등학교 앞서 보수단체 항의 회견

 

 

광주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전두환(88)씨를 향해 초등학생들이 “물러가라”고 외친 것과 관련, 일부 극우단체가 15일 해당 초등학교 앞에서 사과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를 두고 5월 단체와 광주시민들은 “어른들이 자신의 정치적 잣대에 맞춰 초등학생들을 겁박하는 비상식적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턴라이트·GZSS 회원 10여 명은 이날 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이 정치구호를 외쳤다. 이는 정치 중립 의무 일탈 행위”라며 교사들에게 사과문 발표를 요구했다. 

 

이들은 “광주교육이 대한민국 질서 속에 유지돼야 한다.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으면 교육공무원법 등에 따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민들은 이들의 기자회견을 차분히 지켜보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다만, 회견 직후 삼삼오오 모여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기호(55)씨는 “극우세력이 정치적 목적에 아이들을 끌어들인 셈”이라며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관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산초 5회 졸업생이라고 소개한 김학곤(57·여)씨는 “초등학생도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이를 볼모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겁박한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경희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은 “일고의 대응 가치를 못 느낀다”면서 “학습권 침해에 대한 고려없이 아이들을 겁박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수단체는 ‘교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어른으로서 본을 보인 것인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조직 논리에 순응해 악행을 저질렀다는 나치 전범 아돌프 아히히만을 지켜보던 철학자가 고통을 받은 것처럼, 이들의 기자회견은 위험하고 끔찍한 행태다. 문화적 표현을 한 아이들을 정치적 도구와 증오·혐오의 대상으로 삼았다. 인간으로서 도리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강서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외눈박이’ 행태”라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이념 교육을 한 것처럼 또는 정치구호로 여기는 것은 모든 것을 한 가지 잣대로만 재단해서 보는 것과 같다. 광주 항쟁을 들으며 자란 초등학생들이 자발적 의사를 표현한 것을 두고 회견을 한 것은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정기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등학생이라고 정치적 표현을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딨겠느냐”면서 “옳고 그름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표현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자기 표현과 상호 토론을 통해 정치적 자아가 성장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미성년자가 정치 영역에 접근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경제교육만큼이나 정치도 교육이 필요하고, 체험을 통해서도 학습할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또 “변질된 일부 극우단체에 대해 ‘보수’란 단어를 덧대서는 안 된다. 진정한 ‘보수’와는 동떨어져 있다”며 “극우단체들이 유튜브 등 뉴미디어 매체를 통한 광고 수익에 천착해 보다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뉴미디어가 타인에 대한 공격과 명예 훼손, 허위사실 유포의 창구로 쓰이고 있는 데 대해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당일인 지난 11일 광주지법 맞은편 동산초 일부 학생들은 전씨가 들어간 법정을 향해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를 지켜보던 광주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화답했다. 

 

동산초는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교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9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직선제 개헌과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졌고, 이 사건은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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