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2∼3년제 전문대학으로 입학하는 ‘학력 U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취업이 잘되는 보건계열과 이공계열을 중심으로 U턴 현상이 뚜렷하고, 4년제 졸업생들의 유입으로 취업률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31일 광주·전남 전문대학들에 따르면 날로 심해지는 취업난으로 4년제 일반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전문대학으로 입학하는 학생이 해마다 수백명에 이르고 있다.
조선이공대의 경우 올해 4년제나 전문대를 졸업한 뒤 U턴 입학한 학생이 226명으로, 전체 20개 학과 모집 정원(1679명)의 13.5%에 이른다.
생명환경화공과가 94명으로 가장 많고, 전기과와 자동차과가 각각 18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기계과(16명), 건축과(15명), 전자과(10명)도 두자릿수다.지난해 취업률 90.9%를 기록한 시각애니메이션콘텐츠과에도 4명의 학생들이 U턴 입학했다.
조순계 총장은 “여수국가산단과 혁신도시 등 화학과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역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고임금도 보장받을 수 있어 인기 학과들을 중심으로 U턴 현상이 꾸준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성화전문대학(SCK)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등급을 획득한 광주보건대에도 대졸자 정원 외 전형에 매년 수백명씩이 원서를 내고 있다.
2017년 260명, 지난해 350명에 이어 올해도 4년제 출신 119명과 전문대 출신 152명 등 271명이 입학원서를 내, 이 중 56명이 최종적으로 U턴 입학을 확정했다.
14개 모집학과 가운데 3년제 보건계열인 물리치료과, 치기공과, 치위생과와 4년제 과정인 간호학과에 U턴 학생이 집중됐다.개교 43년째인 동강대도 간호학과와 소방안전과를 중심으로 23명의 U턴 학생들이 새로 입학했다.
1978년 이후 지적 관련 전문인력 1500여 명을 배출한 토지정보관리과에도 지적직 공무원 등을 희망하는 U턴 학생들이 매년 끊이질 않고 있다.
대학 측은 내친 김에 내년에 방사선과와 작업치료과 등 보건의료 계열 학과를 신설, 보건계열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학관계자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서비스 영역도 확대되고 U턴 학생도 늘고 있어 대학 차원에서 야심찬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4년제 졸업자 등의 취업에 목적으로 둔 ‘타깃형 입학’이 늘면서 이들이 실제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도 덩달아 증가해 전체 취업률을 견인하는 요소도 작용하고 있다.
U턴 학생이 많은 전문대들의 경우 대부분 취업률이 70%대 중·후반으로, 전문대 전국 평균 취업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 U턴 학생은 “필요한 기술도 배우고 소위 ‘잘 나가는 회사’에 취업할 경우 전문대 졸업생일지라도 고액 연봉까지 보장된다”며 “대학 간판보다는 실용적 선택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주변에도 많다”고 말했다.
4년제 대학 한 관계자는 “4년제 졸업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청년실업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U턴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