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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성읍초 연물 동아리 “제주 전통민요 우리가 이어가요”

 

“꿩꿩 장서방 무신 거 먹고 살암나 /삼년 묵은 고실 밭에 콩 ㅎㆍㄴ(한) 방울 주서 먹고 / 이영저영 살암쪄”

 

지난 1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초등학교 안마당에서 풍물 한마당이 벌어졌다.

 

노란 저고리에 붉은 치마와 바지를 입은 학생 20여명이 새파란 잔디 위에 앉았다. 저마다 앞에 놓인 장구며 북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앞에 선 지도 강사는 아이들의 연주에 신이 났는지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장구와 북 말고도 눈에 띄는 악기가 있다. 앞줄에 앉은 두 명은 기다란 두 막대기를 들고 꽹과리를 엎어놓은 모양의 ‘설쇠’를 두드린다. 또 어떤 아이들은 제주 물동이 ‘허벅’을 감싸고 앉아 오른손에 주먹만 한 조롱박을 쥐고 항아리의 볼록한 부분을 두드린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40분부터 4시30분까지 약 두 시간은 성읍초등학교의 전통음악반 ‘연물 동아리’의 연습 시간이다.  

제주 전통 악기 ‘연물’을 연주하는 이 동아리는 2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 모두가 참가하고 있다.  

곡이 끝나고 노랫말 뜻을 물어보니 한 아이가 “남자 꿩이 콩 한 알만 주워 먹고 산다는 불쌍한 이야기”라며 까르르 웃는다. 다음 곡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은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막간을 놓치지 않고 장난을 시작한다.  

허벅 입구에 입을 대고 “부우웅” 소리를 내는 아이, 옆 친구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아이. 그러다가 강사가 “다음 곡. 셋, 둘, 시작”을 외치자 아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다시 악기에 집중한다. 조금 전까지 얼굴 가득했던 장난기는 사라지고 이마에서는 금세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힙합보다 연물’ 전통민요 알리기에 앞장서는 아이들

 
 연물 동아리가 생겨난 배경은 마을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민속촌으로 유명한 성읍마을은 조선 시대 500여년간 도읍지였던 곳으로 지난 1984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김향희 성읍초등학교 교무부장은 “이 마을에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주민들이 많다 보니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연물을 접하게 된다”며 “연물 동아리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겨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락에 맞춰 어깨춤을 추던 지도교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주민요 전수교육조교로 지정된 강문희(43·여)씨다. 그 역시 성읍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많지 않은 수강료에도 지도 강사를 기꺼이 맡고 있는 이유는 어린 후배들이 성읍마을의 전통 민요를 알리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큰 행사에 나가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공연을 씩씩하게 해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며 “동아리가 앞으로도 계속 돼 아이들이 우리 마을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가능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읍초등학교 연물 동아리는 일반 동아리와 달리 수준급 공연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6년에 열린 ‘탐라문화제 학생민속예술축제’, ‘한중 어린이 끼 경연대회’ 등 도내 각종 대회에서 수상했으며 지난 2014년에는 ‘전국청소년전통음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외부 행사에 초청받는 일도 잦다. 성읍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정의고을 전통민속재현축제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으며 학교 정기행사 ‘푸른꿈 행복나눔 음악회’ 공연에서는 항상 메인 무대를 장식한다.

 

◇“모든 친구가 선생님···학교 폭력 예방 효과까지”

 

전통 악기를 잘 다루는 학생들만 선정한 동아리가 아닌데도 연주 실력이 뛰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김향희 교무부장은 “서로가 서로의 선생님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합주 연습이 끝나면 연주에 능숙한 친구가 조금 서투른 친구를 가르쳐주는 시간이 있다”며 “한 선생님이 여러 명의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소규모로 나뉘어 보충연습을 하다 보니 합도 잘 맞고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들이 서로 가르쳐주는 방식은 생각하지도 못한 효과까지 가져다준다”며 “서로 챙겨주다 보니 학생들끼리 배려와 믿음이 쌓여 요즘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 같은 가슴 아픈 일들이 우리 학교에는 없다”고 말했다.   

강순일 성읍초등학교 교장은 “연물 동아리 활동은 단순히 연주를 배우는 시간을 넘어서 학생들이 자신들이 속한 지역과 하나가 돼가는 과정”이라며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다른 지역에 성읍마을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고 또 그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연물 동아리는 오는 21일 성읍민속마을 내 객사터에서 열리는 ‘놀멍, 즐기멍 배워봅써(놀고 즐기며 배워보세요)! 제주민요’ 행사에서 선보일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이 행사는 지난 6월10일부터 오는 11월11일까지 총 8회에 걸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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